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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 무말랭이를 말리면서
한채연 2004-12-30 10:35:28


(다음은 법정스님의 글입니다.)

다시 겨울이 왔다. 사계절 중에서도 가장 차분한 때다. 나무들은 할 일을 다 마치고 안으로 귀를 기울이면서 대지와 함께 숨결을 고르는 그런 때다. 봄 여름 가을을 지나오면서 움트고 펼치고 떨구면서 살아 온 제 그림자를 내려다보고 있을 것이다.

개울물도 숨죽여 흐른다. 가장자리에 얼음이 반쯤 덮였다. 남쪽에서 불어온 부드러운 바람결과 따뜻한 햇볕에 풀렸던 지난 봄의 그 해빙이 다시 얼어붙는다. 외풍을 막기 위해 쳐놓은 휘장에 새벽 달빛이 차갑게 비치는 것을 보고 올 겨울 이 산중에 사는 노루와 토끼 등 산짐승들의 안부가 궁금해졌다. 돈에 눈 먼 밀렵꾼들 등쌀에 얼마나 불안해 하며 떨고 있을 것인가. 요즘에는 그 애들이 잘 내려오지 않는다. 눈이 깊게 내려야 그 애들의 소식을 알게 될 것이다.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보고.

오두막 윗목에 종이를 깔고 무말랭이를 말리고 있다. 낮으로 햇볕이 들어오는 곳이다. 겨울 동안 내가 즐겨 먹는 부식인데, 그 어떤 찬거리보다도 이 무말랭이를 나는 즐겨 먹는다. 얼마 전에 장에서 무를 한 배낭 가득 사왔다.

그때 그 무게가 아직도 내 왼쪽 어깨쭉지에 남아 있다. 개울물에 씻어서 물기를 말린 뒤 난롯가에 앉아서 삭둑삭둑 썰 때 울리는 도마소리가 잔칫집 같았다. 산중에서 벌어지는 겨울 잔칫집. 말린 무말랭이를 바구니에 담아 두고 필요할 때 꺼내어 한 단지씩 채워 진간장을 부어놓는다. 가끔 작은 주걱으로 뒤적여 간장이 고루 배어들도록 해야 한다. 간장이 충분히 배어들지 않으면 질기다.

꺼내 먹을 때 고춧가루와 참기름과 깨소금 그리고 입맛에 따라 설탕을 조금만 치거나 치지 않아도 된다. 무말랭이는 조근조근 씹을수록 깊은 맛이 난다. 나처럼 성질이 급한 사람도 무말랭이 먹을 때만은 천천히 씹어 그 특유한 맛을 음미한다. 송나라 때의 왕신민이란 학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사람이 항상 나물뿌리를 씹어 먹을 수 있다면 백 가지 일을 이룰 수 있다.’

기름지게 먹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죽을 때까지 알 수 없겠지만 담백하게 먹는 사람들은 이 말뜻을 이내 알아차릴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우리 몸에 들어가 살이 되고 피가 되고 뼈가 된다. 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 음식물이 지닌 업까지도 함께 먹어 그 사람의 체질과 성격을 형성한다.

이를테면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고기를 먹을 때 고기의 맛과 더불어 그 짐승의 업까지도 함께 먹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 짐승의 버릇과 체질과 질병, 그리고 그 짐승이 사육자들에 의해 비정하게 다루어 질 때의 억울함과 분노와 살해될 때의 고통과 원한까지도 함께 먹지 않을 수 없다는 말이다.

식생활과 환경, 건강의 연관성에 대한 세계 일급 전문가인 존 로빈스가 쓴 <육식, 건강을 망치고 세상을 망친다>를 읽으면서 인간의 잔인성을 보고 치가 떨렸다. 한편 담백한 내 식성에 대해서 다행하게 여겨졌다.

가까운 친지로부터 들은 이야기인데 그는 콜레스테롤의 수치가 낮아 약으로 계란을 먹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얼마 전에 존 로빈스의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때부터 계란을 입에 대지 않는다고 했다.

닭공장(양계장)에서 계란을 만들어내기 위해 닭들에게 가하는 짓이 너무도 잔인하고 비정해서 인간의 양심상 도저히 먹을 수가 없다고 했다. 달걀 제조공장에서는 병아리가 부화되자마자 병아리 감별사들에 의해 수컷은 필요가 없다고 산채로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좁은 공간에 갇힌 닭들은 서로 쪼지 못하게 부리가 잘려지고 알을 많이 낳게 하기 위해 첫 2주 동안은 하루 24시간 내내 눈부신 전등불 아래서 잠을 잘 수 없게 한다. 그 다음은 2시간마다 불을 켰다 껐다 반복한다.

이와 같이 6주쯤 지나면 닭들은 거의 미쳐버린다는 것이다. 닭고기 뿐 아니라 돼지고기와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가에 대해서 그는 현장답사를 통해 소상하게 알려주고 있다.

인간이 살아 있는 생명을 어떻게 이토록 잔인하고 무자비하게 대할 수 있는가. 인간이 돈벌이를 위해 얼마만큼 타락할 수 있는가를 속속들이 드러내고 있다.

육식의 대안으로서 저자는 우리 몸과 정신에 좋은 콩과 야채와 곡류, 과일, 견과류를 들면서 심장에 유익한 식품과 양질의 단백질이든 식품을 믿을 만한 통계 수치로써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미국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육식에서 채식으로 그릇된 식습관을 바꾸었다고 한다. 채식으로 바꾸고 나서 에너지와 활력이 그전보다 더 넘치고 전체 컨디션도 더 좋아졌음을
여러 연구 사례들이 보여주고 있다. 물론 병원을 찾아가는 발길도 한층 뜸해졌으리라고 나는 믿는다.

<톨스토이, 내 아버지의 생애>를 쓴 알렉산드라 톨스토이는 채식가인 아버지에 대한 한 일화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 고모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식도락가였는데 어느 날 야채 일색의 식탁을 대하고서는 크게 화를 냈다. 자기는 이런 허접쓰레기 같은 것은 못 먹겠으니 고기와 닭을 달라고 했다.

다음 번에 식사를 하러 온 고모는 자기 의자에 매여 있는 살아 있는 닭과 접시에 놓인 부엌칼을 보고 ‘이게 뭐야’라고 놀라서 물었다. ‘누님이 닭을 달라고 했잖아’하고 아버지가 대답했다. ‘우린 아무도 그걸 죽일 생각이 없거든. 그래서 누님이 직접 하라고 미리 준비해 둔 거야.’”

살아 있는 생명을 괴롭히거나 살해하는 것은 악덕 중에서도 가장 큰 악덕이다.

http://blog.naver.com/lwb22028/50173729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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