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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채식식단도입의 역사 그리고 남겨진 과제들(2004.6.1)
한채연 2011-06-14 21:39:02

(펌)

학내 채식식단도입의 역사 그리고 남겨진과제들 

1. 학내 채식식단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

첫째로 채식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고 (단백질 섭취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다던가 혹은 몸이 약해진다거나, 채식은 맛이 없다거나 음식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그러한 편견들) 채식의 긍정적 의미와 효과를 널리 홍보하고자 하는데에 있다. 채식을 한다는 것은 먹고 살만한 사람들이 하는, 웰빙족들의 사치가 아니다. 채식은 오히려 소박한 한국의 전통식단에 가깝다. 더구나 채식은 개인적, 사회적 실천의 의미를 갖는다. 그럼에도 일반인들이 채식을 접하기란(더욱이 학교단체급식에서!) 어려운 일이며 처음에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으리라 예상된다. 그동안 우리의 입맛은 육류위주의 잘못된 식습관에 지나치게 길들여져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채식메뉴를 주기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일반학생들이 채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채식을 실제로 접할 수 있게끔해야한다. 채식은 힘들여 비싼 채식식당을 찾아가야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보편적인 식사로 자리잡아야 한다라는 점 역시 우리의 일상적인 식사가 이루어지는 학내식당에서 채식을 도입해야 하는 이유이다.

 

둘째, 무엇보다도 학내에 존재하는 채식인들의 ‘먹을 권리’ 차원이다. 많은 채식주의자들에게 채식을 한다는 것은 개개인의 ‘특이한 취향’의 문제가 아닌 ‘신념’의 문제이고 채식의 긍정적인 사회적 의미로 볼때 이들의 권리는 비록 소수일지라도 마땅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 학교생활을 하는 학생의 경우 교내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하지만 교내 식당은 일방적으로 육류 식단만을 강요하고 있어 이들이 채식을 실천하기란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물론 현재 대다수의 학생들이 육류중심의 식단에 익숙한 현 상황에서 학내 모든 식당을 채식식당으로 바꾸자는 실현불가능한 요구를 하겟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학내 존재하는 채식주의자들도 학교에서 밥을 먹을 권리가 있으며 적어도 까페테리아 식당 한군데에서는 채식주의자들도 채식반찬을 선택해서 무리없이 밥을 먹을 수 잇도록 해야한다. 더욱이 현재 서울대학교 생협 식당의 경우 냉동, 가공식품류를 다른 곳에 비해 적게 쓰는 편으로 전통적인 한국적 식단에 비교적 가깝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쓴다면 채식인들을 배려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으리라는 것이 채식주의자들의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대로, 원하는 식단을 선택할 수 잇다는 것은 원하는 세상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차원에서 학내 채식식단 도입은 그 의미가 있다 

2. 어떻게 추진되었을까 2003. 가을~2004. 봄 

#1 시작

2000년 이후 환경동아리를 중심으로 채식에 대한 논의가 학내에 있어왔다. 생태문화제 나 채식장터 등을 통해서 육식의 폐해를 알리고 그 대안으로서 학내 채식식단도입 가능성을 고민해보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03년 여름 학내에서 친환경상품 도입 등의 녹색소비를 실천해보고자 서울대학교 생활협동조합 녹색구매위원회가 결성됨으로 인해 채식식단 도입은 다시금 재추진된다. 녹색구매위원회는 학내에서 식당, 매점, 서점등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 생협내에서 실천할 수 있는 환경문제를 실질적으로 추진하는 학생 3인, 생협직원 2인의 조직이다. 이 회의에서 채식식단도입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2 채식이벤트

2003년 가을 대동제에서는 채식이벤트가 있었다. 학생회관 잔디에서 박병상 인천 도시 생태 환경연구소 소장님을 모시고 채식에 대한 강연을 듣고 이어 채식부페에서 제공받은 음식으로 무료시식회를 진행하였다. 콩코기, 밀고기 등을 이용한 다양한 채식요리들이 학생잔디위에 펼쳐졌으며 음식을 먹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채식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기도 하였다. 이날의 채식이벤트는 비록 참가한 인원수가 한정적이었다는(100여명) 한계가 있었지만 사람들에게 채식에 대한 관심을 끄는데 작은 보탬이 되지 않았을까 라고 평가한다. 또한 각 식당 조리장 및 영양사분을 초대함으로써 직접 다양한 채식을 맛보시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예전보다는 채식메뉴도입에 대한 설득이 조금은 더 쉬워질 수있었던 듯하다.  

#3 계속되는 설득

채식이벤트와 동시에 진행되었던 설문조사 결과(이벤트당일+학관)를 바탕으로 학생회관에서 채식메뉴를 시범운영해보기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반응을 살펴보고 이후 방향을 결정하기로 한것이다. 메뉴는 채식에 대한 주목효과를 높이고자 콩고기나 밀고기를 이용한 제품으로 구성하기로 하였다. 그러던 중 밀고기 제조업체의 영세성-위생상태등에 대한 확신이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되어 시범운영은 차일피일 미루어지게 된다. 그리고 녹색구매위원회를 담당하시던 사무실 직원분이 생협을 그만두시는 터에 채식식단도입도 흐지부지 될 위기에 처한다 

#4 다시 힘을 내어. 서울대학교 채식인모임 결성 및 학관 채식 시범운영

이렇게 흐지부지 되어서는 안되겠다라는 판단하에 녹색구매위원회 학생들은 실제 채식을 하는 학생들을 모아 채식식단도입에 힘을 얻기로 한다. 그리하여 2004년 3월 첫모임을 가지게 된다. 이와 동시에 콩고기나 밀고기를 이용한 식단을 첫 채식식단으로 운영하기로했던 계획을 수정하여 일반적으로 쉽게 조리할 수 있는 친숙한 메뉴를 시범운영으로 제공하기로 한다. 채식에 대한 주목도를 높이는 효과는 조금 떨어질 수있을지 모르지만, 채식이 특별한 것이 아닌 친숙한 메뉴라는 것을 강조하고, 한국의 전통적이고 ‘소박한’ 식단이 바로 채식식단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에서 였다. 그리고 2004년 3월 17일 학생회관에서 채식메뉴가 시범운영되었다. 메뉴는 현미비빔밥이었고 생선과 계란류도 일절 사용하지 않은 완전채식(비건)으로 제공되었다. 회수된 설문지 94장의 내용을 살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만족도 평가-매우 만족스럽다(46명) 보통이다(42명) 불만족스럽다(6명)-에서는 비교적 만족도가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채식메뉴 상설화시 먹을 의향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식단이니 먹겠다(15명) 영양적으로 균형잡힌 식단이라면 먹겠다(24명) 다양한 채식요리가 개발되면 먹겠다(36명) 채식은 먹기 싫다, 먹지 않겠다(4명)- 채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반응은 적었지만 다양한 메뉴개발 등의 전제조건이 중요하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시범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다시 본격적으로 채식메뉴도입 상설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게 된다. 

#5 학내 채식메뉴 늘어난다

생협의 1년 사업계획등을 논의하는 자리인 생협대의원총회에서 채식식단도입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지고, 여기에 채식을 하는 외국인 학생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교수조합원의 동의가 이어지면서 생협내에서 채식메뉴도입은 긍정적 협조로 보다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그 결과 다음과 같이 학내 채식메뉴가 제공되기에 이른다.

- 학생회관 식당 : 매주 수요일 점심 2500원

- 카페테리아식당 : 찬 2가지를 채식(완전채식)메뉴로 제공.

- 제 2식당 2층 : 급식시간에 연두부 판매

- 대학원기숙사식당 : 음식문화 차이로 식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미리 전화

상담 후 예약급식형태로 당일메뉴 외 점심식사 제공.

- 제 2, 3, 4식당 : 시행일을 달리하여 주1회 정도 채식(유제품및생선은 사용)메뉴 시행 

#6 남겨진 과제

1)다양한 메뉴개발이 필요하다

매주 제공되는 학생회관 식단의 경우 메뉴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양하고 새로운 메뉴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기존 메뉴에서 고기를 제외한 정도로 시행되다보니 학생들의 만족도는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여 우려된다. (5월19일 채식영양밥 제공결과 평소에 비해 3~4 % 식수감소) 이를 위해 앞으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육식위주의 메뉴에만 익숙해있던 영양사 및 조리사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며 메뉴개발의 의지 또한 요구된다. 다양한 채식요리들을 접하고 조리방법을 교육받는 일이 중요하리라고 본다. 물론 업무량 증가등의 문제로 새로운 일을 추진해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다시금 중요한 것은 채식식단 도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과 호응이다. 학생들이 다양한 채식메뉴개발을 요구한다면 그들도 학생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생협차원에서는 채식메뉴에 대한 교육의 대한 필요성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담당자들에게 인센티브 등을 제공함으로써 채식에 대한 업무에 동기부여를 해줄 필요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2)소박한 밥상이 건강하다 라는 인식의 전환

불고기, 후라이드 닭다리 등이 제공되는 날은 평소보다 식수가 증가한다. 비빔밥도 그냥 비빔밥일때보다 고기나 계란이 얹어진 경우 학생들이 더 많이 선택한다고 한다. 고기가 들어간 메뉴가 좀 더 든든하고 그렇지 않은 메뉴는 ‘무언가 부실해보이는’ 사람들의 인식에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음식의 맛과 성의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그리하여 채식을 제공하더라도 다양한 메뉴가 개발될 필요가 있고 맛을 좋게 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콩단백이나 식물성 기름등으로 영양적 균형을 고려해야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현재처럼 무턱대고 고기가 선호되는 사람들의 취향에 변화가 필요하다. 채식을 꾸준히 실천한 사람들은 처음에는 고기가 먹고 싶다가도 시간이 지나면 고기가 비려서 먹고 싶어지지 않는, 오히려 나물 한두가지와 콩단백 등으로 소박하게 먹는 식사가 더욱 맛있어지는 입맛의 변화가 생긴다고들 이야기한다. 영양학적으로 제대로 평가도 해보지 않은 채 ‘채식메뉴는 부실하다’ 라는 선입견을 깰 필요가 있다. 기름진 고기식단을 제공하기 위해 들어가는 환경적 비용과 건강에의 위협을 제대로 인지한다면 현재와 같이 고기가 들어간 식사가 맛있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많을 것인가에 의문을 제기한다. 소박한 식단이 건강한 식단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한다면, 그리하여 우리의 입맛을 건강한 입맛으로 변화시킨다면 오히려 부실해보였던 기존 식단이 식욕을 자극하게 되지는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채식의 의미, 육식식단의 폐해, 그리고 채식의 영양학적 측면 등이 보다 많이 공론화 될 필요가 있겠다. 뚝배기 불고기와 채식현미비빔밥중 후자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그 날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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