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마산시 회원구 전 경 랑/
♣ 아 름 다 운 선 택
한번의 의심도 없이 입맛에만 의존하며 당연시 해오던 식습관에서 벗어나 채식이란걸 시작한 지 벌써 1년하고도 8개월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전에는 한번도 채식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고, 또 관심조차도 없었던 내게 채식에 대한 동기를 부여해 준 그 한편의 비디오는 마치 우연으로 포장된 필연인 듯 아무런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채식의 이로움에 대한 강연 비디오였는데 화질은 썩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왜 채식을 해야하며, 채식을 하면 어떤 이로움들이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자료들을 접하면서 충분히 공감이 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내가 "번쩍"하고 정신이 들게끔 충격을 주었던 장면은 지금도 가슴 아픈 기억으로 눈에 선하다.
평소에 다른 육류는 거의 안 먹었지만 일주일에 항상 두 번씩은 닭요리를 먹을만큼 닭고기 맛에 심취(?)해 있던, 나는 비디오에 나오는 닭들이 생산되어지는 과정을 본 순간 머리속으로 찬바람이 휑하니 지나갔고, 가슴이 "쿵"하고 내려않는 것을 느꼈다.
태어나자마자 곧바로 양계장의 좁디좁은 쇠창살 속에서 날개짓 한번 퍼득거려 보지도 못하고, 틀 속에 갇힌 상태에서는 이미 무용지물인 부리가 차가운 칼날 끝에서 잘려 나가는데도 항변 한마디 못하고, 오로지 사람들의 입맛을 위한 통통하고 연한 고깃덩어리로만 사육되어지는 광경은 닭고기에 대한 나의 아주 작은 미련조차도 용납하지 않을 만큼 끔찍한 장면으로 보여졌다.
육식을 할 때 그 동물들이 살아있었을 때를 생각한다면 이것은 비단 닭의 경우만은 아닌 것이었고, 식품영양과를 다니면서 알게 모르게 주입된 영양학상의 지식들도 채식을 하면서 발생할지도 모를 영양상의 불균형 문제에 대한 일말의 의심을 붙들게 하기에는 너무도 역부족인 정보에 불과했다.
또, 이제는 채식만으로도 완전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고, 오히려 성인병이나 육류에서 발견된 여러 균들에 의해 세간이 들썩거릴 때조차도 난 초연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결심이 확고해지고 나니 실천하는 일만 남았고, 닭고기를 비롯한 모든 육류는 일절 입에 대기도 싫었으나, 국물요리를 통해 섭취하게 되는 멸치 다시물이나 무침류에 들어가는 멸치다시다, 전이나 빵 속에 들어있는, 계란은 단지 눈에 크게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번에 끊지는 못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크기의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 내재되어 있는 생명의 씨앗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것 역시 오래 가지는 않았다.
이렇게 계획에도 없던 채식을 하고 보니, 가족이나 친구들의 반응은 참 다양했고, 지금껏 공유해오던 식습관에서 내가 멀어지니 함께 즐기지 못하는게 아쉽기도 했던지 방해공작으로 장난을 치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실수를 해버렸던 일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회사 사원 식당에서 영영사 보조로 아르바이트를 할 때의 일이다.
석식메뉴로 나온 열무비빔밥이 너무 맛있게 보여서 함께 근무하던 영양사 언니한테 먹기 전에 미리 열무에, 멸치액젓이 안 들어갔다는 확인을 여러번 하고서, 아주 맛있게 한 그릇을 거뜬히 비우고 숟가락을 놓자마자, 옆에 앉아있던 그 영양사 언니가 씨익 웃으면서 "멸치젓갈 들어간 열무비빔밥 맛이 어때?" 하고 묻는 것이었다.
그 때의 심정은 황당 그 자체였고, 화도 나고 어이가 없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 어떤 얘기를 한들 상황이 바뀌지는 않을 터였다.
그 후로도 몇 번 영양사 언니가 장난을 쳤지만 두 번이나 속을만큼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았고, "언니! 채식하는건 내 식성이고 또, 내가 하고싶은 걸 하는 것이고, 내가 채식하는게 언니한테 피해를 주는 것은, 더 더욱 아니니 도와주지는 못해도 방해만은 말아줬으면 좋겠어요." 라고 진지하게 얘기를 하니 그 언니도 더 이상은 그런 일에 흥미를 잃은 것 같았다.
그 외에도 시골에서 어머니가 내가 먹을 수 있도록 젓갈류를 넣지 않고 따로 담궈 주신 배추 김치를 전화상으로만 얘기를 듣고는, 멸치액젓이 들어간 식구들이 먹으려고 담은 김치를 자취방으로 들고 와서 먹다가 하얀 살점이 보이는 굴을 발견하고는 놀랐던 일, 섣불리 시작한 단식이 이틀째가 되자 공복감이 너무 심해서 괴로웠는데 그 와중에 눈 앞에서 닭다리가 이리저리 날아다니던 환영을 보았던 일, 즉석김밥 집에서 야채만 넣어 김밥을 말아달라고 하니 아주머니가 계란도 야채라고 생각했던지 함께 넣고 말아준 일, 사무실에 새로 입사한 직원이 멸치국물도 안 먹는 내 식성이 정말 신기하다며 모TV프로그램인 기인열전에 출연 해보라는 등등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다.
무엇보다 전문직종에 종사하고자 직장 다니면서 야간대에 입학해서 2년간 공부하여 영양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경남 진해에 있는 한 기업체에 이력서를 넣고 합격통보를 받았지만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육류를 포함한 다양한 요리들을 맛보아야 하고, 식재료들도 다 검수를 해야하니 채식을 하는 나로서는 마음이 편하지 만은 않은 일이여서 그것조차도 미련없이 떨쳐버릴 수 있었던 일도 기억에 남는다.
그건 포기가 아니라 단지 내가 하기 싫은걸 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에 불과한 일이었다.
우리 몸 안의 세포가 완전히 바뀌는데는 무려 7년이라는 기간이 소요된다고 하는데 20년이 넘도록 유지해 온 식습관으로 인해 오염된 내 몸속의 세포들이 다 바뀌기에는 1년 8개월은 극히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 이젠 혹시 모르고서 실수를 하더라도 몸이 먼저 알아서 거부반응을 일으킬 만큼 제법 채식에 몸조차도 길들여져 가는 모양이다.
그래도 한번 시작한 채식이 이젠 평생 가는 나의 식성이 되었고, 친구들이나 가족들도 이런 나의 변화에 익숙해졌는지 가끔씩은 나를 위한 배려를 하기도 하니 참 감사한 일이다.
별다른 기대 없이 그냥 하고 싶어서, 좋아서 시작한 채식이 내게 가져다 준 것은 참 소중한 것들이다. 여느 요리학원에서도 배울 수 없는 다양한 채식요리법들도 익혔고, 음식을 사 먹기가 불편하니 자연히 집에서 자주 만들어 먹어야 하는 이유로 예전보다 많이 부지런해졌다.
또, 정상에 오르기가 너무도 벅차고 힘들었던 산행도 이젠 제법 덜 힘들게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지구력도 생겼고, 쓸데없는 군살들도 여기저기서 자취를 감추어 표준체중을 유지하게 되었으니 다이어트에 대한 고민은 전혀 없다.
편식과 폭식을 자주 하던 식습관은 이미 옛일이 되어 버렸고, 또 설령 과식을 하더라도 소화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속이 더부룩한 상태를 경험할 겨를이 없다. 무엇보다 몸이 항상 가볍다는 것만큼 상쾌하고 기분 좋은 일이 또 있을까?....
흔히 채식이라고 하면 단순히 야채만 먹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채식인구의 증가와 요리법의 발달로 인해 야채로 만든 다양한 채식 재료들도 인터넷상에서 쉽게 구입할 수가 있고, 단지 입맛에 길들여진 사람들을 위해 육류의 맛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상품들도 놀라울 만큼 흡사한 맛으로 채식하기를 조금은 주저하고 있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 대형 할인마트나 백화점의 수입과자 코너에 가면 순식물성으로만 된 비스켓이나 쵸코바, 스넥들이 정말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어 과자를 좋아하는 내 선택의 폭을 넓혀주니 흐뭇한 일이고, 간혹 외식을 하게 되는 경우라도 비빔밥, 김밥, 유부초밥, 면종류 등은 요리전에 미리 야채가 아닌 재료들은 빼달라고 주문을 하고 양념확인을 하면 가능한 일이고, 나는 다행히 시내에 채식식당이 한군데가 있어서 전혀 어려움이 없다.
처음 채식을 시작할 때는 정말 주머니에 돈이 있어도 사먹을 수 있는 것들이 다섯 손가락안에 꼽을 정도였는데 지금은 선택하기가 고민이 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직접 요리해서 함께 채식음식을 나눠먹는 즐거움은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고, 이제는 가족들도 가끔씩 내가 해 주는 채식요리를 신기해 하며, 또, 맛있어 하니 더 다채롭고, 맛있고, 이쁜 요리를 개발해서 채식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채식에 대한 당위성이나 방법, 정보들은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활짝 열려 있으니, 미식가들이 맛있는 음식만을 찾아 다니며 먹는 그 정성처럼 채식을 좋아하고, 채식만을 하고 싶은 마음만 확고하다면 나머지 것들은 각자의 환경에 맞는 방법들로 잘 되어갈 것이므로,
조금의 망설임이나 주저함도 일단 시작하고 보면, 어느새 채식이라는 식습관 속에서 느껴지는 또다른 즐거움 습관에 살포시 녹아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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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이은옥 /
♣ 채식을 인정 받고 싶듯이...
동기.. 일화.. 변화..
* 잡식에서..
잡식이란 뜻을 찾아봤다. "동물성 먹이와 식물성 먹이 양쪽을 다 먹음."
미식가나 다식가 는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각각의 특징을 그리워하면서 즐겼었다. 때가 되면 먹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찾았고.. 먹지못해서 몸이 이상해졌다고.. 몸의 허약해짐을 보충이라는 이유를 대며 동물성음식을 가까이 했었다. 딱히 이래서 그랬을까마는 어느날 그 흔하면서도 참 걱정스러운 "암"이라는 병마와 싸워야했다.
물론 식생활에 변화를 가겨보자는 생각은 그 당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그 무섭다는 암도 나의 가치관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그렇게 아무런 의식없이 살아가다 어느날.. 난 한권의 책을 읽게 되었다.
**채식으로..
그 책안에는 이런 말씀이 있었다.
"식물은 지구상에 1차적인 먹이사슬이며 가장 의식있는 인간이 그 질서를 지킬때 모든 존재하는 생명체가 서로 상호작용을 일으켜 균형을 깨트리지 않고 생존할 수 있다. 식물은 속아내면 속아낼수록 자꾸나며.. 뿌리로 다시 소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리저리 움직이는 생물은 한번 죽임을 당하면 그것으로 생이 끝이나고 그 고기를 먹는 인간역시 간접죽임을 행하는 것이다. "
나는 그날로부터 현미밥에.. 된장에.. 두부.. 그때그때 시기에 나오는 채소로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야금야금 구석구석 망가져가고 있는 지구를 굳이 꺼내놓지 않아도.. 부적절한 항생제 남용으로 그 사료를 먹은 동물들의 병든 절규를 밝히지 않아도..
공해로 균형이 깨져 변형되어가는 바다의 생물들의 예를 들지 않아도.. 나는 아무런 저항없이 채식은 당연함이었다. 정말 가능할 수 있다면 자연과 더불어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이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나?
물론 갑자기 채식을 하기 시작한 나를 향한 가족과 친지들의 걱정과 우려는 나를 많이 피곤하게 했지만..
그도 그럴것이 난 암환자이고 재발의 위험이 언제 도사리고 있을지 모른상황이므로 애정을 가진 그들의 눈으로 볼때 고른 영향섭취가 부족하다고 강력히 반대하는것을 충분히 이해했다.
하지만 난 이미 가치관이 변하고 나니.. 동물성은 먹히지가 않았다. 의식이 바뀌어져버리니..
그렇게 즐겨입던 동물가죽옷을 입으면 몸에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생겼다. 육식은 바라보기만해도 역겨웠고. 지하철을 타거나 버스를 타면 식사무렵때의 고기냄새에 숨쉬기 힘들어했다.
다행인지.. 이모인 내가 채식을 시작하니까.. 같이 책을 읽은 고3짜리 조카가 따라하기 시작했다.
육식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아이가 어떻게 저렇게 변할수 있을까.. 나도 놀라고 신기해하며.. 기특했다.
하지만 한참 골고루 잘 먹어야 하는 때라고 하는 고3의 3월이었고. 이제부터 시작인 입시의 힘듬에 어떻게 이 아이를 잘 먹일까를 고민하던 그 아이 부모.. 그러니까 내 언니는 아이의 태도에 무척 당황해 했다. 그렇다고 어쩌겠는가.. 코앞에 입시를 앞둔 아이가 원하는데..
설득할 시간도 없었지만..지혜로운 언니는 아이의 의지를 인정하고 자신의 바쁜 직장생활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아이의 아침 식탁과 두 개의 도시락 반찬을 만드느라 밤마다.. 나물을 삼고.. 두부..버섯을 요리했다. 그렇게.. 그해에 계절이 있었나..하고 돌이켜보게하는 고3이라는 시간이 지나가고..
그러니까 채식 첫해를 그렇게 넘기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하여 여전히 채식을 즐기며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 나와 다른점이 있다면.. 이 아이는 미식가다. 입맛도 서구적이여서.. 단촐하게 먹지만 가지가지 소스와 양념을 즐긴다.
집안모임이 있을때.. 이 아이와 난 약간의 지천꾸러기(?)가 된다. 좀더 과장하자면 온갖 야유와 회유 그리고 유혹을 보내지만.. 난 전혀 동요되지 않고. 이 아이 역시 당당하다.
비록 때에 따라서 우리가 마땅히 먹을 음식이 없는 장소에 있더라도.. 차라리 한끼 금식하는 쪽을 택한다.
시간이 지나자.. 감사하게도.. 인정해주고 젓갈 넣지 않은 김치도 만들어 주시고. 계란 넣지 않은 부치게도 준비해주시는 .. 울 엄마.. 이제 당신도 이해하신다. 채식은 사람을 건강하게 해 준다는것을.
***채식생활인으로..
난 순수채식을 하면서 5년이 지나가고 있다. 식탁은 처음 시작할때나 지금이나 조촐하다. 나는 매 식사 때마다 겸손과 감사를 느낀다. 뭐 더 맛있는게 없을까.. 를 찾으며 자꾸 욕심을 내던 채식전의 생활과 지금의 태도는 나를 놀라게 한다.
그렇다면 건강은 어떤가.. 채식하고 나서는 약을 먹은 기억이 별로 없다. 삶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지금은 처음처럼 고기를 보면 역겹다거나 고기를 먹는 자리는 같이 합석 할 수 없지는 않다.
이제는 내 육체도 정신도 식물성화 되었는지.. 담백해졌다. 채식을 인정받고 싶듯이 그들도 인정하고 싶다.
어느날 검색사이트에 들어가 "채식주의"를 검색해 보았다. 그리고 반가웠다. 이곳저곳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다가.. 베지푸드를 알게되었다. 앞만보고 걷고 있었는데 함께 가고 있는 생각들을.. 사람들을.. 느끼면서.. 그래!! .. 오늘 만나는 친구에게 연자죽을 권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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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마산시 회원구 송현정
어릴 때부터 과일과 야채를 좋아한 나는 밥 대신 주식이 될 정도였다. 음식에 대한 호기심도 있어 몸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며 실험하기를 즐겼다.
그러던 어느날 채식에 대한 엄청난 정보를 얻게 되었다. 물론 직접적인 동기는 명상법을 배우면서였다. 그러나 그것이 나에게 낯설지 않았고 큰 기쁨과 삶의 전환이 되었다.
채식은 생활양식의 변화였다. 음식이 달라짐과 동시에 인간관계가 달라지고 시간 활용이 달라지고 급기야 정신이 달라졌다.
처음 시작할 때는 번거로움과 예민한 주의가 필요했다. 식구랑 식사할 때 껄끄러움, 직장생활에서 동료들의 야유와 비난 섞힌 말투, 식당에서 식사할 때 메뉴에 대한 꼼꼼한 설명들 등등..
하지만 이런 과정들이 재미있게 느껴졌던 것은 나의 변화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난 달라지고 있었다. 이제 나에게 고기는 먹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니라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생명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학교 회식이 있어 어딘지도 모르게 따라간 일이 있었다. 조금 있으니 개고기가 덩이 채 나오고 있었다.
순간 참을 수 없는 구토와 슬픔이 치밀어 올라와 도저히 그 자리에 있을 수 없어 뛰쳐나오고 말았던 기억이 난다. 집에 와서도 마음이 진정되지 않아 괴로왔었다.
어느 날은 냉면이 하도 먹고 싶어 어머니랑 식당에 갔었다. 종업원에게 주문할 때 아무 양념도 넣지 말고 면만 달라고 헀더니 양념만 빼고 고기덩이와 계란을 얹어주었다.
다른 날 기회가 있어 냉면을 주문하였는데 그 전 생각이 나서 면에 고기와 계란을 빼달라고 했더니 면 위에 고기와 계란은 빼고 생선을 얹어주었다.
오 맙소사. 그 후로는 냉면에 대한 미련을 모두 거두었다. 이제는 별 생각이 없다. 집에서는 초기에 어머니께서 굉장히 걱정을 하셨다. 하소연조로 어머니께서는 손님이 올 때마다 말씀하셨다.
"옛날에는 그래도 멸치 머리는 먹었는데.....저러다 큰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채식을 계속하니, 이제는 먹을 수 있게 음식을 만들어 주시곤 하신다.
형제들도 마찬가지다. 오빠는 놀린다고, "정아, 요즘은 스님들도 잘 드신다는데.." 씩 웃으면서 대꾸를 안 하면, "정말 좋으냐?" 당연히 식구들 식사모임은 빠지게 되고 집에서 같이 먹더라도 이제는 알아서 배려가 된다.
학교에서는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진다. 많이 들었던 말 중에는 "선생님 이것도 안 먹어요?" 신기한 동물 구경하듯이 나의 식사법에 관심을 보이는 분들도 계셨다.
역시 대처방법은 묵묵부답이었다. 왜 안 먹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었으나 단순한 호기심으로 물어볼 때는 그냥 웃고 넘겼다.
어떤 분은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 나의 생각을 표현해 주기도 했다. 특히 어떤 학생이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채식에 관한 책자를 주기도 하였는데 결국 그 학생은 내가 하는 수행법을 배워 같이 수행하고 있다.
나는 운좋게도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이 있어 채식요리도 함께 만들어 먹기도 한다. 이제는 이런 식사가 전혀 불편하지 않고 생활이 되어버렸다.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특별히 먹고 싶은 음식도 차츰 없어지고 갈수록 소박하게 식사하게 되니, 시간적, 경제적으로도 엄청난 절약이 된다.
뭘 먹을까 생각하는 그 시간에 독서와 명상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몸에도 많은 변화가 왔다. 잔병이 없어지고 몸이 가벼워져서 상쾌한 기분을 유지할 수 있다.
나한테 중요한 것은 정신적인, 영적인 변화다. 그 전에 관심이 없었던 동물, 식물, 많은 미물에 마음이 가는 체험을 하곤 한다.
어느 날 그들이 눈에 들어오고 애정이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참으로 고마운 일이었다. 한결 차분하고 담담한 마음으로 명상을 잘 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에 내 주위에 채식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몇 있다. 처음에는 부담 안가게 눈에 들어나는 것만 주의를 가지게 한다. 차츰 그들이 익숙해지면 빵, 과자 속의 계란이나 김치 속의 젖갈도 주의를 주려한다.
그러면서 난 느낀다. 내가 그들에게 채식을 권하기 전에 나 스스로 "생명에 대한 감사와 존중함이 생활 속에 배여 있는가?" 돌아본다.
어떤 때는 과자 속의 쇼트닝 하나라도 지적하면서 사람과의 관계에서 너무 무심하게 대한다든지, 나의 생활방식위주로 그들을 판단하려 할 때가 있다.
그때는 내가 채식을 왜 하고 있는지 정말 참회를 하게 된다. 채식을 위한 채식은 아닌지, 스스로 우월감 내지 자만심을 부추키는 채식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본다.
채식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나에게 아주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선택 중 하나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랑의 몸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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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서초구 한 수아
♣ 동물의 고통과 채식의 이로움
한국에서 채식한다고 하면 보통 건강에 대해 과민 반응 하는 사람 정도로 생각한다.
단지 건강해지기 위해서 자신의 입맛을 억제하거나 절제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아니면 무슨 사이비 종교에라도 빠졌나 오해 받을 수도 있다. 나 자신도 채식을 하면서 이러 저러한 눈총을 받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나는 아버지의 입맛을 많이 닮아 보통 여자치고는 육식을 엄청나게 즐기는 편이었다. 고기 맛에 길들여진 내가 어떻게 고기를 안 먹게 되었는지는 나도 정말 불가사의하고 신기할 정도이다.
사실 죽을 병이 아니라면, 죽을 병이라고 할지라도, 건강을 위해서 자신의 입맛을 포기한다는 것은 정말 보통 인내심과 의지력이 없으면 안 되는 일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어떠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있을 때라야만 가능할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고기가 전혀 먹고 싶지 않으며 오히려 고기를 안 먹는 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 오히려 고기를 안 먹을 때마다 그 순간이 행복하다.
하지만 내가 고기를 안 먹는 다고 하면 나에 대해 잘 모르는 주변 사람들은 내가 고기를 먹고 싶은데 일부러 참고 있다고 생각하여 나를 불쌍하게 여길 정도이다.
하지만 나는 고기를 안 먹는(못 먹는?) 내가 불쌍하지 않다. 단지 고통 당하며 죽어가는 생명이 불쌍할 뿐이다.
이 진실은 나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나의 마음의 변화는 나의 육체의 습관을 변화시켰다. 사실 도살장의 벽이 유리로 되어 있다면 아무도 고기를 먹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미국 가수 폴 매카트니)
그 정도로 우리는 동물의 고통에 대해 모르고 있고, 그 고통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그 고통에 대해 눈 감고 귀 막고 입 다물고 있다. 사실 관심조차 없다.
동물에게도 고통이라는 것이 있을까?
살고 싶다는 삶에의 애착이 있을까?
지능이 두 자리 수 밖에 안 되는데 고통을 느낄까?
공포라는 감정을 느낄까? 그렇다.
그들도 때리면 아파하고 겁주면 공포를 느끼며 미워하면 자신들이 미움 받는 것을 안다. 이것이 인간의 그것들과 어떠한 차이가 있는 것일까? 아무런 차이도 없다. 고통은 고통이고 공포도 공포일 뿐이다.
병들어 죽어가도 있어도 제발 괴로우니 나 좀 죽여주세요 하는 개나 동물도 없다. 인간이라면 인간답지 못하게 사느니 죽여달라고 안락사 시켜달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동물은 안락사를 모른다. 그냥 사는 것만을 원한다. 동물답게 살고 싶다고 권리를 주장하는 동물도 없다. 단지 그들은 어떠한 환경에서라도 살고 싶어할 뿐이다.
그들의 모든 행동과 존재 이유는 살기 위한 것이다. 병들어 죽어가는 개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살고 싶어한다. 일어날 수 없을 지경이 되어도 그 눈빛은 주인을 반기고 꼬리를 흔들어 반기고 싶어한다.
동물들이 죽고 싶어하는 순간이란 없다. 정말 그들은 겸손하다. 쓰레기통을 뒤지면서도 살고 싶어하고, 인간에게 돌을 맞으면서도 살고 싶어한다.
그들은 순수하다. 인간은 때로 비뚤어져서 자신을 스스로 괴롭히고 학대하기도 하지만 동물은 어떠한 불행한 상황이 와도 자학하는 법이 없다.
하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동물에 대해서 가르쳐 주지 않았다. 동물을 이용하기 위해서 피도 눈물도 없이 행동하는 법만 배워왔다.
동물도 동정을 받을 만한 가치는 있지 않은가. 이제껏 동물을 이용만 해온 우리 인간이 이제는 동물들을 생각할 때도 되지 않았나.
우리는 잔인한 것에 무감각해지도록 살아 왔다. 그래서인지 인간 사회에는 너무나 잔인한 일들이 많다. 나의 채식의 두 번째 동기는 환경 문제이다.
축산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환경 오염은 공장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매일매일 몇 백만, 몇 천만 마리가 배출하는 배설물들은 더 이상 비료가 아니다. 갈 곳이 없다.
제대로 처리 시설을 갖추고 축산업을 하는 농가가 몇이나 되는지 모른다. 처리되지 않은 배설물들은 그대로 우리의 하천과 지하수와 식수를 오염시킨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우물물을 먹지 못한다. 그리고 이러한 축산 농가들은 대부분 하천 근처에 자리잡고 있다고 한다.
우리가 식탁에서 먹는 음식을 바꿈으로써 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일인당 고기 소비를 조금씩 만 줄여 나가도 우리의 하천은 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의 몸을 생각한다. 인간의 몸은 원래 채식에 알맞게 만들어 졌다.
모든 채식 동물들은 장의 길이가 아주 길어서 섬유질을 소화하기 좋게 만들어 졌고, 육식 동물들은 장의 길이가 짧아서 고기를 먹고 빨리 배설하도록 만들어 졌다.
그래서 그들은 부패한 고기를 먹어도 큰 탈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에게 조금이라도 부패한 고기는 치명적이다. 고기는 장에서 오래 머물수록 부패하여 안 좋은 유독 물질을 배출한다고 한다.
육식 위주의 서구인들에게 가장 많은 암이 대장암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도 육식을 많이 하면서 점점 대장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인간의 장은 채식 동물처럼 아주 긴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채식을 하면 피부가 고와지고 노화가 덜 된다. 동물성 기름은 피부를 빨리 노화시킨다. 채식을 하면 생각이 명료해지고 몸의 피가 맑아 진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되어 고기 굽는 냄새가 싫어진다. 그 누린내가 코에 느껴지니 후각과 미각이 아주 예민해진 것 같다.
사실 고기는 요리를 잘하고 양념을 많이 썼기 때문에 맛있다고 느껴질 뿐인 그냥 고기 덩이이다.
사실 나는 우리나라에는 채식하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많은 정보를 수집하다 보니 채식 전문 식당도 있고, 채식주의자를 위한 음식을 만드는 전문적인 회사도 있다는 사실에 많이 놀란 것이 사실이다
채식하는 것이 즐겁게 느껴질 수 있도록 채식업 분야가 더욱 세분화 되고 많이 발전해야 한다.
동물들과 우리가 사는 지구와 나 자신을 위해서 채식을 하는 것이 정말 행복하다.
우리는 이제 21세기에 들어왔다. 21세기가 끝날 무렵엔 아마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이에 공감하고 채식을 하고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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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박 경민
♣ 채식하는 과정과 이로움
다니던 부서가 정리되면서 잠시 회사를 쉬게 되었습니다. 여가도 많이 생기고 휴식도 취하면서 하루하루 보내던 중 길가에서 칭하이 무상사 강연이라는 포스터를 보았습니다.
예전부터 오쇼 라즈니쉬, 크리슈나무르티 등 현대 성현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터라 그 분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책도 보고 입문의 전단계인 방편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채식을 해야만 방편을 수행할 수 있어서 고민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일상생활에서 순수채식만 할 수 있는 음식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가장 흔하게 먹은 김치조차도 젓갈을 쓰다 보니 순수한 채식이라 하기 힘들고 왠만한 국에 멸치 등으로 국물을 우려내다 보니 정말 먹을 것이 없더군요.
저는 특히 중국음식을 꽤나 좋아하는데 그걸 먹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니 암담 그 자체였습니다.
이젠 맥도널드를 들어가서 와퍼세트를 먹을 수가 없군. 내가 먹을 수 있는 거라곤 감자 프라이드와 콜라 정도군. 하는 생각을 하니 힘이 주욱 빠지더군요.
일단 집에선 밥을 위주로 식사를 했습니다. 젓갈 쓰지 않는 깻잎무침이나 콩자반, 김 등을 주로 해서 아쉬운 데로 일단 시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 되는 대로 과일을 사서 먹곤 했습니다. 고기를 먹다가 안 먹으니까 배도 금방 꺼지고 뭔가 근기가 약해지는 느낌이 들어 많이 먹어야 하겠다고 생각 했습니다. 막상 이렇게 생활하다 보니 제 자신이 다람쥐 같았습니다.
다람쥐는 열량이 낮은 식물성 먹이만 먹다 보니 칼로리를 채우기 위해 항상 먹어야 하지 않습니까? 염소, 코끼리, 영양 등등의 동물들이 다 그렇지요. 그리고 이런 우려도 있었습니다. 육식에서만 얻어지는 필수영양소가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순수히 식물만 먹다 보면 동물성 단백질을 흡수 못 하는 것이 아닐까? 다른 대안이 없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떠 오른 것이 유제품이었습니다.
우유나 치즈 등의 유제품은 동물을 도살한 것도 아니고 그 들의 젖을 얻어 쓰는 것이니까 고통도 없는 데다 필요한 동물성 영양소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 후로는 우유가 제 음료수가 되어 버렸지요. 헬스를 끝내고 나올 때 예전에는 항상 포카리 스웨트, 파워레이드 등을 마시곤 했는데 이젠 항상 우유팩을 집어 들고 나옵니다.
약간씩 제 주변에서 무엇을 먹을 수 있는지 정리가 되니 마음이 약간씩 놓이기 시작 했습니다.
또 한가지 난관에 부딪히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빵이었습니다.
계란을 못 먹도록 되어 있었는데 혹시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빵이 있나 궁금해서 단골빵집 가서 알아 보았더니 역시나 없더군요.
빵이 안 된다는 걸 알고 간편식으로 떡을 애용하기로 했습니다. 떡을 떠올리기가 쉽진 않았는데 정말 훌륭한 음식입니다.
우리 입에도 잘 맞고 동네에 떡집도 많고 많이 사다 놓고 먹을 수도 있고 소량의 따끈따끈한 떡을 그때 그때 사서 먹을 수도 있구요.
며칠 이리저리 부딪힌 경험을 토대로 킴스클럽에 가서 장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직 요리다운 요리를 해 본적도 없어 모두 바로 먹을 수 있는 식료품 위주였습니다.
우유, 콩요리 통조림, 토마토 주스, 오렌지, 켈로그 컨프러스트, 치즈, 옥수수, 레몬차 정도 였습니다. 아쉬운 대로 간식거리나 밥과 같이 먹을 수 있는 반찬대용으로 샀는데 전보단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래도 역시 예전에 제가 먹던 음식보단 종류나 맛 면에서 여러 가지로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채식전문음식점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명상수행단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부페로 갔는데 정말 전문적으로 하는 곳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보 채식메뉴로만 1주일 정도 먹다가 이런 진수성찬을 보니 입이 벌어지더군요.
예전에 왕성하게 먹던 식탐하는 버릇이 남아 있다는 것이 극명해지는 순간이었죠.
또한 이 모습이 채식을 처음 시작하는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비록 아직도 시작하는 단계이긴 하지만요. 그래도 이 날은 채식하는 분들이 이 세상에 정말 많구나 하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채식식빵, 채식라면, 채식돈까스, 소시지, 고기 등등 없는 것이 없더군요. 여기서 식빵과 라면을 한 것 사 들고 집을 향해 부푼 마음으로 온 기억이 납니다. 집에서 어느 정도 먹는 문제가 조금씩 해결이 되어갔는데 그 다음 문제는 다른 사람들과 음식을 먹을 때 였습니다.
식당메뉴 중에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그리고 제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식당은 어디에 어떤 곳이 있는지.
인터넷을 검색을 하다보니 베지푸드도 알게 되었고 여러 채식음식점 리스트를 만들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인은 밥이 주식인데다가 많은 반찬들이 식물성이라 채식을 하기 유리한 여건이라 생각 됩니다. 그러나 많은 찌개, 국 들이 고기국물을 우려낸 것이 대부분이라 실제 생활에서는 넘어야 할 고비가 많습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요리에 대한 기본 지식도 있고 많이 먹는 요리는 조리할 수 있는 실력이 되어야 진정한 채식을 할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저는 아직 이 단계는 아니지만 조금씩 배워나갈 생각입니다. 채식을 시작하면서는 과일가게에 자주 들리다 보니 가격, 신선도 등에 대해서도 정통해지고 계절에 맞는 과일들이 무엇인지도 자연스레 알아집니다.
그리고 예전에 비해 몸이 훨씬 가벼워지고 상쾌해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야채는 먹을 때도 상쾌하지만 먹고 나서도 속이 가볍습니다.
돼지고기, 소고기 등은 오랫동안 포만감을 주는 점도 있지만 그리 상쾌하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감각이 예민해지면 고기가 비리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채식단체에서 많은 정보를 미리 숙지하고 시작했더라면 많은 시행착오를 줄였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좌충우돌 하면서 경험해 보니 정말 우리 주위에 채식하는 사람들이 먹을 것이 생각보단 많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채식은 건강을 위해서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명상을 위해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시작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채식가들이 늘어나면서 이 세상에서 도살되는 동물들이 줄어든다는 것이 가장 큰 의미가 있을겁니다. 누구나 도살되는 돼지나 특히 소를 보면 한동안 고기를 먹고 싶지 않을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 잊고 잘 먹긴 하겠지만요. 이 마음을 잊지 않는다면 이 세상사람들 모두가 어렵지 않게 채식을 시작할 수 있을겁니다. 채식을 시작하시는 많은 분들의 건투를 빌면서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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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금정구 이승섭
♣ 생명의 신비와 채식과정
1. 채식하게된 동기
1993년 5월, 대학 4학년 시절이었습니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다보니 고향에서 생활비 보내오는 날이 아니면 늘 된장국을 끓여 저녁을 해결하곤 했습니다.
그 날도 학교를 마치고 시장을 들러 찬거리를 사든 중에 "된장국에 조개를 넣어 먹으면 맛있다"는 지금의 아내(당시에는 연애 중)의 말이 기억나 조개 1000원어치 사 가지고 집으로 왔습니다. 맛있게 조개를 넣어 된장국을 끓여 먹고, 잠자리에 들 시간이었습니다.
1평 조금 넘는 부엌에서 아주 미세한 비닐봉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어둠을 가로질러 나의 귀속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가 ! 순간 "혹 쥐가 들어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치면서 발로 부엌 방문을 툭 건드려 보았습니다.
순간 조용해졌어요. 나는 더욱 귀를 쫑긋 세우고 소리의 재현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얼마 안 있어 다시 비닐 봉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부엌으로 다가가 문을 확 열어 젖혔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조용해 졌습니다. 나는 동상이 되다시피 하여 소리가 나기를 기다렸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잠시 후 다시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즉시 전기 불을 켰습니다. 으악! 순간 나의 머리를 스치고 간 충격 ! 지금 생각해도 생생할 만큼 생명의 고귀함을 확인시켜주는 사건이었습니다.
바로 오후에 사다놓은 조개들이 비닐 봉지 속에서 모두 입을 벌리고 아우성치고 있지 않은가. 사실 살아있으리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나에겐 더 없는 충격이었습니다.
그냥 가볍게 보아 넘기면 별일 아닐 일일지 모르지만, 그 날은 그렇지 못했다. 사실 조개들에게 너무 미안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입니다.
그 뜨거운 된장국 속에 살아있는 생명을 빠뜨렸으니 얼마나 아팠을까? 이 일은 나의 식습관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그날부터 난 채식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비닐 봉지 속의 조개는 물 속에 담아두었지만 오래 살지 못했어요. 그러나 그들의 희생이 결국 나에게 소중한 교훈을 준 것 같아 언제나 감사해 하고 있습니다.
고기가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맛있음 뒤에 숨어있는 아픔을 생각한다면 그 아픔은 너무 크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에는 사랑이 있기 때문입니다.
2. 채식을 하면서
직장생활을........... .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건설회사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다행히 본사 근무라 안심이 되었지만, 회식은 왜 그리도 많은지...
첫 회식날 부서 과장님께 나의 식생활에 관해 말씀 드렸더니 흔쾌히 괜찮다며 해주셨지만 막상 회식장소는 갈비집...
냄새조차 맡기 싫었지만 그냥 앉아서 상추라도 열심히 먹었습니다. 혼자 먹지 않고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더 신경 쓰일까봐!
입사4개월 일본연수 15일을 혼자 가게되었습니다. 후쿠오카에서 북쪽 센다이까지 일본말을 전혀 못하는 나에게는 먹는게 정말 고민이었습니다.
식당에서 영어로 설명해 보지만 잘 알아듣지 못했고, 설령 알아들었다 해도 채식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새우가 음식에 섞여 나오곤 했습니다.
며칠 지나자 24시간 할인점에 여러 종류의 도시락이 있는 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내가 먹을 수 있는 도시락도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15일 일본여행에 먹는 것이 해결되었습니다.
입사 6개월쯤 3개월 현장수습근무 발령을 받았습니다. 역시 현장에서는 간혹 막걸리 파티 등이 있었지만 잘 피했고, 상사들의 눈총에도 꿋꿋이 도시락을 싸 다녔습니다.
그때 느낀건데 아내의 사랑이 담긴 도시락이야말로 채식인 에게는 가장 맛있고 깨끗한 식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후 우리에게는 귀여운 딸이 태어났고, 뱃속에서 채식한 아이는 3.2킬로그램의 건강아 였고 지금은 6살인데도 아주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어요. 육식이 건강의 필수라고 말하는 모든 이에게 나의 사랑스런 딸 지혜는 좋은 반증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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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강 봉향
♣ 채식과 수행
나는 채식을 한지 1년이 조금 넘는다.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지나고보니 언제 그런 일이 있었나 싶게 마치 한편의 영화 속의 일들만 같다.
가족들 중 입문자는 나 하나뿐이다. 가족들은 내가 명상하는 것도 채식하는 것도 무척이나 싫어했었다.
왜냐면 입문전까지는 영적인 굶주림으로 진정한 스승을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보니 가족들은 내가 정상적으로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지 못했었고 또 명상과 채식을 시작하니 또 시작이구나 하는 두려움을 가지게들 되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드러내놓고 싫어하니 나는 그 부분에 관해서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고 자꾸만 모든 것을 감추려 했다. 그것도 필사적으로 말이다.
이번에도 가족들과 불화가 생기면 다시는 명상을 할 수 없다는 두려움이 온 마음을 휘어잡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내게 이런식의 태도를 가지게 된 것은 사필귀정이란 생각이 든다.
입문전에는 내가 하고싶은 것이면 주변 사람들이 힘들던 말든 상관않고 밀어부치는 강한 성격 때문에 가족들에게 큰 상처를 가져다 주었다. 물론 내게는 말할 것도 없고...
그래서인지 나는 항상 가족들을 항상 무조건 내게 반대만 하려드는 나와 대적하려는 집단으로 싸잡아서 생각하는 습관이 생겼다.
입문 전까지 나는 항상 현실과 이상의 괴리 속에서 끊임없이 방황해왔고 그 어느 똑에도 제대로 안주 할 수 없었던 크나큰 마음의 고통을 겪어왔다. 나의 가족들은 나의 모든 것을 지켜본 것이다.
그들이 객관적으로 볼 때 나는 항상 물가에 있는 아이처럼 위험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허나 나는 그들이 항상 나를 그런식으로 취급할 때 마음속에서 나를 제대로 보는 그런 눈보다는 원망하는 마음만 자꾸 생겼었다.
또 채식과 명상을 접하면서 또 다른 불화의 원인이 생기게 된 것이다. 집에서 매 식사때마다 같이 안먹는다고 어머니께서 야단할 때마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집에 안들어간지 한달이 넘는다.
이 힘든 와중에서도 나는 가끔씩 스승님께서 계속 도와주시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마다 마음이 굉장히 따스해지고 안도감이 느껴진다.
실은 이 채식수기를 쓰는 도중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어머니께서 일터를 방문하실 일이 있어서 주변에 스승님에 관한 자료와 사진 그리고 모든 의심의 실마리를 깨끗이 치웠다.
그런데 내가 노트속에 채식수기를 쓴다고 약간 정리해둔 부분을 어머니께서 그만 보고 만 것이었다. 일을 하다가 느낌이 이상해서 어머니가 계신 휴게실에 가보았더니 내가 약간 써놓은 채식수기를 일고 계신 것이었다.
나는 그만 너무 당황스러워 노트를 뺏으려 했지만 어머니는 이미 다 읽으셨다며 노트를 내 놓지 않으셨다.
일하던 중이라 다시 일하러 갔지만 마음속에선 온갖 생각들이 요통을 쳤고 눈 앞이 깜깜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란 바로 이 순간을 두고 말하는 것일거다. 하지만 나는 마냥 이 순간에 무너져 내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순간적으로 눈을 감고 스승님께 간절히 도와달라고 S.O.S를 쳤다. 그 다음 마음의 동요를 애써 누르고 다시 어머니께로 갔다.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의 마음이었다. 하지만 내가 걱정했던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먼저 어머니께서 말문을 트셨다.
"너는 참 어리석구나. 실은 니가 명상하고 채식하는 걸 온 식구가 다 알고 있어. 하지만 이번엔 너를 믿고 온 식구가 그냥 지켜보기로 했어. 명상을 하는게 뭐가 나쁘니?
니가 거기 미쳐 딴 것을 등한히 하는게 싫은 거지. 명상은 명상이고 현실은 현실이야. 니가 명상을 해도 니 할 일 똑바로 하면 돼지. 이 바보야, 넌 아직 멀었어."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가족에 대한 나의 편견과 의심이 박살이 나는 느낌을 가졌다.
" 엄마! 뻔히 알고 계시는데 거짓말을 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바른대로 말씀드리면 식구들과도 안좋아지고 또 명상도 못하게 될까 봐 두려워서 그랬어요.
어쩔수 없었어요. 하지만 죄송해요, 엄마! 난 예전의 제가 아니예요. 엄마도 요즘 절 보시면 제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 잘 아시쟎아요?"
말을 끝내고 어머니를 오히려 내 쪽에서 오해했었다는 미안한 마음에 용서를 비는 뜻으로 어머니를 양손으로 감싸안고 볼에 키스를 해드렸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이기적이었던가! 내가 항상 피해자라고만 생각하고 그들이 나를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원망만 하고 미워하는 마음만 키워왔었던 것이다.
그들이 영적인 생활을 하지 않는다고 무시했었던 내 마음이 이 일을 통해서 그대로 드러났다. 실은 나는 수행하지 않는 사람을 무시하는 아주 지독한 못됀 마음이 내속에 깊게 뿌리박혀 있는 것을 안다.
수행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특권으로 생각해 뻐기려드는 교만한 마음이 내 속에 교묘히 숨어있었다. 그동안 인정하기 싫었었다.
그동안 수행한다고 떠벌리고 다니면서 정작 내속의 티는 고칠 생각을 않으면서 항상 다른 사람 탓을 하고 다녔던 것이다. 이번에 이일을 통해서 나는 알았다.
가족들이 비록 수행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똑같이 사람 보는 눈이 있어서 어쩌면 나보다도 나를 더 제대로 보고 있었음을...
나는 만약에 어머니께서 불같이 화를 내었다면 또 이 일을 통해서 하마트면 또 모든 잘못을 어머니나 가족들에게 뒤집어씌우고 나는 피해자라고 생각하게 될 뻔했다.
말로는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내가 앞으로 명상하고 채식하는 일에 대한 장애는 나의 모든 행동에 달려있다는 강한 느낌이 든다.
가족들이 내가 명상하고 채식하는 것에 불만을 가졌던 것도 정작 비난을 받아야 할 것은 "채식과 명상"이 아니라 "나"였음을 확연히 알 수 있었다.
내가 비난받아야 할 것을 괜히 "명상과 채식"에 대해 비난하는 것으로 초점이 잘못 맞추어져 스승님께 누를 끼친 것 같아 죄송스럽기만 하다. 이번 일을 통해 내가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야 하는지 어떤 "key"를 손에 쥔 느낌이다.
나는 앞으로 채식과 명상 생활에 어떠한 장애도 없으리라 확신하다. 장애가 있다 해도 그것은 외부로부터의 장애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일으킨 사필귀정의 장애일 것이다. 나는 그것을 더 이상 장애라 부르기 싫다. 왜냐면 그것은 더 이상 내게 장애가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명상시 체험이 있지는 않지만 스승님께서는 항상 그 체험만큼이나 큰 것들을 현실에서 주신다. 입문후 나는 그동안 멀리했던 어머니를 진정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
그리고 이번 일을 통해 더더욱... 또한 스승님께서 채식을 일러주셔서 나 외에의 모든 생명도 고귀하다는 것을 매일매일 새롭게 가르쳐주셨다.
심지어는 내가 그렇게 싫어하던 곤충과 바퀴벌레, 쥐까지... 내 생명이 소중한 것처럼 그들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처음엔 생명의 고귀함을 자발적으로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채식을 하다보니 저절로 그 소중함이 와 닿게 된다.
어떤 순간에도 함께 시는 스승님을 생각하면 나의 모든 두려움이 조금씩 줄어든다. 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준 베지푸드에 진정감사드린다.
이 기회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그리고 채식과 수행에 적거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수님들게 스승님이 따스한 크신 사랑과 축복이 늘 함께 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출처: 베지푸드 채식 수기 공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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