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마. 이 곳엔 너희들을 고기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단다.

몇몇 아이들부터 풀어주기 시작했어요.

흙을 처음 밟았는지 코로 발로 확인하며 이내 좋아서 껑충껑충 뛰어도 다녔습니다.

아직은 낯선지 자기들끼리 이불이 깔린 집에 모여있습니다

피부가 너무 안 좋은 아이들은 잠시 격리했습니다. 차마 눈 뜨고는.. ㅜㅜ

친구들은 같은데 자고 일어나니 좋은 곳에 왔다는 걸 아는지 활기를 찾아갑니다.

다리 아픈 아가야. 조금만 더 참아. 너도 곧 꺼내줄께.

이 아이의 눈을 보세요. 전 눈을 쳐다보다 그만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아이를 생각하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어디선가 고통 받고 있을 또 다른 아이들을 생각하면.. ㅜㅜ

정말 사람 좋아하는 비글이입니다.

녀석 장수동에 끌려 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아요.

비글아. 꼭 입양 보내줄께.

(이런 아이를 도대체 어떻게 먹는다는 말인가요..?)

구조 팀장님이 비글이의 목에 있던 무거운 목줄을 제거하고 있습니다.

피부병 아이들은 잠시 기다리고 있어요. 기운들이 하나도 없네. ㅜㅜ

까만 아가, 케이지 안에서 어찌나 구슬프게 울던지 불쌍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풀어 주니 아직 아가인지 장난꾸러기였습니다. 호기심도 많구요.

서로 의지하던 누렁이와 달마시안은 한참을 저 자세로 있었습니다.

아직 사람들에 대한 공포심이 가실 리가 없겠지요.

나쁜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닌데 말이에요.

어찌된 운명을 갖고 태어난건지 장수동엔 왜 끌려온거였니 비글아.

여러분, 이 비글이의 입양 앞으로 많이 도와주세요.

이 와중에도 저를 졸졸 따라다니던 귀여운 아이입니다.

장수동에선 어찌 살았니 아가야. ㅜㅜ

아직은 낯선지 우루루 구석에 모여 있어요.

자원봉사자분들이 케이지 청소를 시작하셨어요.

아이들의 오물과 분비물이 잔뜩 묻은 케이지 청소 하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다른 팀은 피부가 안 좋아 격리 되었던 아이들의 이동을 준비합니다.

벌써 해가 지고 있네요. 밧데리가 없어서 후레쉬를 못 켜니 화질이 안 좋아요.

이렇게 이동시키고 케이지를 열어도 나오지를 않았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한 듯 한 아이들의 모습에 또 인간들에 대한 분노가 부글부글..

사람들이 잠시 자리를 피해주니 아이들이 서서히 나와서 흙 위를 밟아보았습니다.

드디어 하루 해가 졌습니다.

아직도 마냥 신기한 듯 몇몇 아이들은 돌아다닙니다. 역시 흙이 좋은가봐요.

자, 너희들 여기까지 오느라 힘들고 무섭고 배고프고 목말랐겠구나.

보금자리 가는 길에 철물점 들러 큰 다라를 열몇개 구입했습니다. 이 순간을 위해서..

봉사자분들과 다라에 사료를 부어 아이들에게 주고 물도 한가득 담아 주었습니다.

다른 견사에 원래 있던 터줏대감 아이들도 달라고 아우성이지만,오늘은 장수동 친구들이 왕입니다. ^^;

아스팔트 위의 잔반을 같이 먹던 아이들이라 다라에 있는 사료도 같이 잘 먹었습니다.

착한 천사들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인간들을 용서해다오.

그리고 사료와 물, 맛있게 먹어다오.

내일 해가 뜨면 따스한 봄기운에 어여 기력을 차리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