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9일 전교조 기후특위와 환경과생명을지키는교사모임에서 주관하는
학교급식개선 토론회에 대안학교 숲나 학생이 발제자로 참석했습니다.
시급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방법으로 학교 급식을 채식으로 전환하자는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현장에서는 너무나 고려할 것과 선행되어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이에 전면 비건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대안학교 숲나-플레10년의 사례를 통해
전인적 환경 교육 실천에 대해 제안하고자 합니다.
비건 급식 혹은 채식 급식에 대한 전환 고민을 하고 계신 기업 혹은 학교 관계자분들께서
보시고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내용은 숲나-플레10년학교 살림처 소속 진해인 학생의 발제 원고 원문입니다.
제안한 발제 자료도 함께 첨부하오니 많은 분들께 참고자료로 활용되면 좋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숲나학교 대표로 이 토론회에 참석하게 된 진해인입니다. 채식을 실천하는 학생으로서, 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건강과 지구에 좋은 영향을 주는 비건 음식과 문화를 더 많이 접할 수 있기 위해 열린 토론회에 참석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오늘 저는 학생들, 교사들 그리고 부모님들과 함께 비건에 대해 알아가며 비건을 실천하게 된 저희의 이야기를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저희 학교는 현재 조식, 점심, 저녁, 그리고 간식까지 모두 식물성 식품으로만 구성된 형태로 식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완전 채식으로 식단을 동원한 지는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비건 식단을 확대할 때 저희 학교에서 가장 중요시 했던 것은 급식 자체의 개선보다는 환경 교육이었습니다. 저는 전인적 환경 교육 실천에 대해 제안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전인적 환경 교육 실천을 제안 드리는 이유는 저희 학교에서 비건 식단을 도입하였을 때, 가장 효과가 좋았던 부분인 동시에, 비건 급식을 도입하고자 했던 많은 학교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환경과 동물권 또 학생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비건 급식을 실행할 때 학생과 부모님들은 낮은 이해로 인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건 식단의 윤리성, 육식보다 건강에 유익하다는 정보와 교육이 제공되어야 합니다. 또한 교육이 제공된 후에 행동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실천의 기회는 더욱 더 의미있는 것이 됩니다. 하지만 현재 학교 교육에서는 이러한 교육이 부족한 상태에서 정책 결정자의 일방적인 의사 결정에 따라 뜬금없는 ‘채식 급식의 날’이 식단표에 삽입되어 있는 보여주기식 정책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은 비건 인구의 증가나 그 개인의 건강, 동물권의 개선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며, 기후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저희 학교의 사례와 함께, 비건 식단과 관련된 전인적 환경 교육 실천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2021년 봄여름학기 제주도 탐방에서 저희는 환경운동단체인 ‘핫핑크 돌핀스’를 만났습니다. 학생들은 다큐멘터리 <씨스피라시>를 감상하게 된 후, 저희의 무분별한 소비와 식습관이 어떤 결과들을 낳는지를 알게 되며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본 다음 날, 몇몇 친구들이 도시락 반찬으로 나온 어묵과 멸치, 저녁 식탁 위에 올라온 갈치를 먹지 않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탐방 기간 내내 이러한 문제의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심화되어, 이후 학생들 내에서 비건 실천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고 선생님들과 다음 학기 비건 식단을 실행해 보자고 하게 되었습니다.
방학기간 중 학생들은 가정에서 가족들과 함께 <카우스피라시>와 <더 게임 체인저스>를 시청하고, 식단 전환의 시급함과 채식 식단이 건강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토의한 후, 의견서를 글쓰기 형태로 제출 받아 취합했습니다. 가정마다 비건 식단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때 제출된 글쓰기를 취합해 부모교육 내용을 선정하게 되었고, 글쓰기를 올리지 않은 가정에는 교사들이 개별 연락을 하였습니다. 또 ‘비건’이라는 용어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가정들도 있어 지구와 나 그리고 우리를 살린다는 의미인 ‘살림 식단’이라는 용어가 제안되었습니다.
비건 급식 도입 전 교사들은 함께 비건 식단을 실천하며 학생들이 겪게 될 어려움을 검토했고 비건 급식 시행 동의를 확인했습니다.
비건 식단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후에는 다채로운 비건 식단을 위해 비건 요리가 가능한 선생님들을 채용하였습니다. 또 부모님들에게는 이의철 교수님을 초청한 부모교육과 간담회를 진행해 비건 식단에 관한 우려들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는 비건 식단을 하는 이유와 문제의식을 되새기며 지속적인 실천이 가능하도록, 환경, 동물권, 건강 이 세 부분을 중심으로 하는 에코 살림 수업이 개설되었습니다. 또 비건 관련, 서가를 마련해, 정보를 쉽게 접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습니다. 레시피 북 등의 실용서를 비치해 학교 밖 공간에서도 비건 식단을 유지해 나가는 방법들을 익힐 수 있게 하였습니다. 실제로 책꽂이가 밥을 받으러 가는 곳에 있어, 줄을 서며 책을 꺼내 보는 학생들이 많이 있습니다.
설문을 해본 결과 68명의 학생들 중 18명의 학생들이 가정에서도 비건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중 12가정이 비건 실천에 협조적이며 5가정은 가족 모두가 비건을 실천하고 있다는 결과를 볼 수 알 수 있습니다.
학생들은 배움을 실천으로 연결 짓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여 살림처라는 클럽을 만들었습니다. 또 학생회와 함께 직접 기획한 ‘환경 컨퍼런스’에서는 학생들의 주도로 비건 급식 실천과 제로웨이스트 운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학생들은 해안, 도심을 직접 플로깅하며 쓰레기 문제의 실태를 목격했고, 채식 요리법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학생들은 각 분야의 활동가와 전문가분들을 모셔 의, 식, 주에 있어 환경을 생각하는 방법을 나누는 컨퍼런스를 진행하였습니다.
학교에서는 비건 급식에 관련된 피드백을 매학기 받아 다음 학기 식단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페이퍼에서 볼 수 있듯이 조사한 결과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면 2021년 가을겨울학기 재학생 42명을 조사했을 때, 약 86%의 학생들이 만족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매우 만족한다는 응답은 60%나 차지했습니다. 그다음 해인 올해의 봄여름학기 때는 29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고 식단에 대해 만족한다는 비율이 약 96%로 높게 나타났으며, 더 많은 학생들이 비건 급식에 대해 만족스러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처희 학교가 채식 식단을 도입하는 전후 과정을 통해 5가지 시사점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째, 제주도 탐방에서 학생들은 자신의 식욕보다는 건강과 동물권, 환경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고, 변화된 인식으로 인해 비건 식단이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둘째, 학생뿐 아니라, 교사들부터 식단을 변화하고 새로운 정보를 배우며 학생들에게만 변화를 강조하는 일방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셋째, 학생과 교사 모두 배움과 실천이 이어져 변화가 이루어진 후에는 가정의 동참이 필요합니다.
넷째, 이러한 배움이 일시적이지 않기 위해 ‘에코살림’이라는 정규 과목을 개설하고 학교 내 비건 관련 도서 칸을 설치해 더 많은 정보를 접해 일상에서도 쉽게 실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습니다.
다섯째, 이 변화가 학교와 가정에서만 머무르는 게 아닌, 사회로까지 이어지는 변화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환경을 위해 우리 학생들이 만든 클럽인 살림처를 대표해 이 자리에 나와 더 많은 학생들이 채식 식단을 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가정으로, 또 가정에서 사회로 이어지는 이 변화를 더 지속시키고자 합니다. 비건 급식 도입이 지속적이며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고 가치있는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전인적 환경 교육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렸던 시사점에 근거해 5가지의 제안 내용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상시적인 환경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 되어야 합니다. 이때 점수나 평가가 초점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문제의식과 목소리에 주목하는 환경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둘째, 평가로 마무리 되는 환경 교육이 아니라, 실천의 기회를 제공하고 실천이 지속되어 실제 삶과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하는 환경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셋째, 이때 교사들은 학생들의 변화를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변화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넷째, 가정과 학생들의 소통에 있어 비건 급식 도입의 찬반에 대한 단순한 설문조사가 아니라, 직접 배우고, 경험하고, 의견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숙의민주주의의 과정을 거친 가정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배움이 급식 제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체 학교 밖에서도 학생과 가정의 식단을 변화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에 대한 교육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채식 급식에는 분명 여러 불편함이 따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식탁을 바꾸는 실천이 제도적으로 뒷받침 될 때, 그 파장은 한 사람의 작은 실천보다 훨씬 큰 파도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직접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입장에서도, 채식급식을 시행하고 난 뒤로, 저는 우리의 한 끼 식사가 지구와 내 몸에 끼치는 영향력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나와 너무 먼 얘기, 혹은 실천하기 어렵다고만 생각했을 학생들에게도 쉽게 비건 음식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겼습니다.
기후위기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 상황에서, 변화를 위한 움직임은 이제 개인의 차원을 너머 함께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더 많은 학생들이 지구를 살리는 일에 관심을 갖고, 그 효과적인 실천 중 하나인 채식을, 보다 쉽고 재밌게 즐겼으면 하는 바램으로 저희의 이야기를 마치겠습니다."
관련 토론회 발언 영상은 다음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cafe.naver.com/forestree0/47180 |
우리학교 비거닝-숲나플레10년.hwp (6686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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